침지소독(톱신엠, 베노밀...)으로 본 이상과 현실의 차이

지난 번 과수원 리모델링 작업에 도움을 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느닷없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너무 이상을 추구하는게 아냐....."


리모델링 작업 완료 후에도 머리 속에 맴도는 게 있어 정리해 본다.

앞선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묘목 재식 시 묘목 준비 사항을 순서대로 해 보자.


1. 식재 하루 전 묘목을 물에 담겨 둔다.

2. 침지 소독액(톱신엠, 베노밀, 등....)에 30분 정도 담겨 둔다.

3. 식재 전, 긴 뿌리 등을 약간 손질(절단....)한다.


위 차례에서 약간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2번과 3번의 차례가 바뀐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긴 뿌리 등을 절단 한 후에 침지 소독액에 담구는 것이 정확한 방법이라는 말이다.

침지 소독의 1차 목적은 묘목에서 묻혀 있는 병원균(묘목 판매상의 토지에 있는)을 제거하는 것이다. 침지소독의 1차 목적만 이루고자 한다면 위의 순서대로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기왕에 침지 소독을 하고자 한다면, 뿌리 손질 후 침지 소독을 하는 게 좀 더 확실한 소독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간단히 적어 본다.


사진 출처 : 홍군의 사람냄새



1. 외과의사가 상처 부위 치료 후 소독약을 바르지 않는다면.....?

가지 절단 후 톱신페스트를 도포하라고 강조하는데, 하물며 뿌리 절단 후에는 아무런 안전 장치를 하지 않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 외과의사가 상처 부위 치료 후 소독약을 바르지 않는다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과 같다는 것이다.

뿌리 절단 부위는 누가 뭐래도 상처 부위다. 


2. 가식장(과수원)의 흙에는 유해균이 없단 말인가...?

나무를 깨어 내다 다른 곳에 옮겨 심게 되면 나무는 심한 몸살을 겪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부위가 '뿌리'다. 이때 뿌리는 면역력이 약해지게 된다. 건강한 나무라면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병원균도 이식(移植) 나무에게는 심각한 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 가식장(과수원)이 청정무균 땅이 아닐지라면 나무의 몸살을 쉽게 여겨서는 안된다. 식재 후 40일 동안이 뿌리 활착의 골든 타임이다. 이 골든 타임 동안 뿌리를 보호해 줄 방법이 뭘까..특히 일부 뿌리를 절단했다면....바로 침지 소독이 아닐까....




그런데 위 사실을 농부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서가 뒤 바뀐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선(先) 침지 소독, 후(後) 뿌리 손질'과 '선(先) 뿌리 손질, 후(後) 침지 소독' 방법간의 투입 노동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선(先) 침지 소독, 후(後) 뿌리 손질'방법에서 '뿌리 손질'작업은 식재 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선(先) 뿌리 손질, 후(後) 침지 소독'은 그렇지 않다. 순서상으로 기술해 보면, '뿌리 손질 -> 침지 소독 -> 식재'와 같다. 공정(工程) 하나가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투입노동력의 차이를 알겠는가?



이상과 현실의 차이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선(先) 뿌리 손질, 후(後) 침지 소독'의 효과와 정당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투입요소가 월등히 부담이다. 또한 침지 소독후 뿌리 절단을 하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선(先) 침지 소독, 후(後) 뿌리 손질'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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